이번에 소개드릴 영화는 캐서린 스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헬프”입니다. 196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두려움으로 부당함을 부당하다 말하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146분의 긴 러닝 타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차별받는 여성들의 삶을 바꾼 책
스키터가 책을 쓰기 전까지는 아무도 흑인 가정부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백인 여성들은 부자와 결혼해 정원과 하녀가 있는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주인공 스키터는 친구들과 달리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나온 후 작가가 되기 위한 경력이 부족해 경력을 쌓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합니다. 그녀는 차별과 불만을 말하는 것조차 생명의 위협을 받고 불법적이었던 시대에, '에이블린'과 '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책의 집필을 시작하게 되며 그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세상을 뒤집어 놓을 책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베테랑 가정부인 에이블린은 다른 삶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으나 아이들도 크면 결국엔 자신의 부모님들처럼 흑인들을 차별하는 어른이 되는 것을 경험했으며 인종차별로 인해 아들을 잃은 고백도 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노예제도가 폐지됐어도 여전히 흑인들을 아랫사람으로 취급하고 바이러스 보균자처럼 대했던 백인들의 실상, 주인 화장실을 쓴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두 여자들을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흑인 여성들의 삶을 바꿀 책의 집필이 시작됩니다.
소설이지만 당시 실제 흑인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
소설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만들어진 영화 헬프의 놀라운 점은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 미시시피라는 것입니다. 몇 백 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와 조부모님 세대에 실존했던 흑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다룬 영화이고 아직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전한 차별과 불평등,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흑인들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으며 화장지에 표시를 하면서 그들이 화장실을 이용했는지 안 했는지까지 확인하는 등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백인 여성들은 부자와 결혼해서 노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으며 오히려 대학 나온 여자를 무시하고 대학을 왜 가고 직업을 왜 가지려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 속 미시시피 젊은 여성들은 주인공 스키터를 이상하게 여깁니다.
스키터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경력이 부족해 작가가 되지 못했고, 경력을 쌓아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신문사에 일하며 가정 칼럼을 대필 집안일의 소소한 팁을 기고하며 자신의 꿈을 향한 경력을 쌓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가정 칼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정일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거대 농장주의 고운 딸로 자란 그녀는 집안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었고 당시 백인 가정에서 모든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흑인 가정부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흑인 가정부들은 쉽게 스키터의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인터뷰를 하면서 백인 주인들의 안 좋은 점을 폭로하게 되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움이 있었고 이는 책을 집필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흑인 여성들은 언제나 부당함을 참고만 있을 수 없었고 백인 주인들의 실상을 폭로하며 인터뷰에 응하게 됩니다.
흑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백인들의 차별
재미있는 것은 백인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이 있고 차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했던 백인 여성 힐리는 자신의 남자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한 여성을 철저하게 따돌리게 되는데 동네 여성들을 다 불러 모아 티타임을 갖고 게임하며 놀 때도 유일하게 그 여성만 따돌렸습니다. 이처럼 백인들의 차별은 흑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런 시대에서도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한 이들의 노력은 지금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흐름을 바꾸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메인 주제인 인종차별을 떠나 오랜 세월 굳혀진 분위기와 관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모습은 없는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단정 짓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