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 영화를 좋아하는 제가 이번에 추천드리는 영화는 “글로리 로드”입니다. 농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미국 대학농구 대회(NCAA)에서 우승한 텍사스 마이너스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를 소개드리겠습니다.
글로리 로드는 “헬프”와 비슷하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룹니다. 인종차별이 심해 백인들만 농구하던 시절이 상상이 되시나요?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백인들이 흑인보다 우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농구팀에서 흑인 선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흑인들을 위주로 팀을 만들고 그런 흑인들을 벤치에서 응원하며 팀의 우승을 향해 함께 힘내는 백인선수들을 보면 모든 당시에도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농구 감독이 만든 기적
영화는 여자농구 감독이었던 던 해킨스 감독이 텍사스의 웨스턴 대학 농구팀 마이너스 팀에 부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매번 하위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던 텍사스 마이너스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려 노력했지만 그가 원하는 것처럼 우수한 선수들이 별 볼일 없는 하위권 시골 학교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로서 유명한 팀에서 성적을 내며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인 학생들이 우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팀에 가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흑인선수들의 스카우트입니다. 피부색만 다를 뿐 그들의 기량은 절대 백인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감독은 흑인선수 스카우트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배경이 되었던 시대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60년대였습니다. 대학 농구팀에 흑인선수를 스카우트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설득에 성공해 선수를 스카우트를 해 온 뒤에도 여전히 상황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기존 농구팀의 백인 선수들과 새로 영입된 흑인 선수들을 통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길거리 농구를 즐기던 이들에게 경기의 기본과 룰을 익히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해킨스 감독은 선수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처음에는 오합지졸 그룹처럼 보였던 이 신흥 농구팀이 제대로 된 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해킨스 감독의 엄격한 선수 교육 정책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개인기에만 길들여진 흑인 선수들의 나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선수들의 자유를 교묘하게 억압하고 있었고 감독의 방식으로 자유가 억압된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해킨스 감독은 선수들의 끊임없는 자유로운 농구 스타일에 대한 요청을 받아들였고 자유로움을 허락받은 선수들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연전연승 무패의 신화를 만들어낸 선수들
텍사스 마이너스팀이 무서운 속도로 연전연승하며 무패의 신화를 만들며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팀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60년대에는 백인 우월주의가 당연시되던 시대였기 때문에 흑인 선수들의 비중이 높은 텍사스 마이너스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이어졌고 심한 경우에는 린치까지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속 선수들은 팀으로서 더욱 단단해졌고, 선수 교체 후 첫 NCAA 출전인 텍사스 마이너스는 NCAA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모두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영화의 숨은 주인공들
영화 속 주인공인 해킨스 감독과 흑인 선수들도 멋있었지만, 흑인 선수 뒤의 백인 선수들이 더 돋보였습니다. 그들은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흑인 선수들을 차별하지 않았으며, 결승전에서 명단에서 제외되고 벤치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기보다는 코치의 결정을 이해하고 흑인 선수들의 기량을 인정하며 일어섰습니다. 농구를 좋아하거나 농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요즘 농구계에 흑인 선수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 영화는 농구가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농구 영화입니다.